Z세대(1990년대 중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는 그날 입을 옷부터 무슨 음식을 먹었는지까지 모든 일상을 공유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이제 이들은 오랜 금기를 깨고 온라인에서 월급을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기업들은 불편함을 느끼기도 한다.

거리에서 한나 윌리엄스(25)를 마주친다면 다소 개인적인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무슨 일을 하시고 얼마를 버시나요?”

윌리엄스는 팔로워 85만여 명에 ‘좋아요’ 수 1670만 개의 기록을 보유한 틱톡 계정인 ‘월급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거리(Salary Transparent Street)’의 설립자다.

윌리엄스는 미국 전역을 다니면서 길거리 시민들을 붙잡고 이들의 직업과 월급을 묻는 영상을 업로드한다.

윌리엄스는 과거 자신이 제대로 된 보수를 받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던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이러한 영상을 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후 틱톡에서 자신의 진로에 대해 팔로워들과 함께 이야기하기 시작했는데, 자신이 얼마를 버는지 솔직하게 공개하자 팔로워들이 놀라워했다고 한다.

“월급은 사람들이 자주 언급하는 주제는 아니지만, 그런 주제가 돼야 한다”는 윌리엄스는 “월급 얘기를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세상이 돼야 하며, 성별 및 인종에 따른 임금 격차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수록 ‘월급에 대해 반드시 공개적인 담론이 이뤄져야 하는구나’는 걸 느꼈다. 이를 기반으로 틱톡 계정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가 펜실베이니아주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직업과 월급을 묻는 영상

한편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윌리엄스뿐만이 아니다. 이제 젊은 세대는 트위터, 인터넷 밈, 틱톡 등 여러 온라인 플랫폼에서 임금 투명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일부 정치인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15명 이상 규모 사업장에선 채용공고에 급여 범위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을 제정하는 한편 기업의 급여 자료 보고서를 바탕으로 주 정부가 인종이나 출신 민족, 성별 등의 차이에 따른 급여 데이터를 추적하기로 했다.

이 법을 지지해왔던 Z세대 틱톡커들은 환호했다.

다른 주와 도시에서도 비슷한 법이 통과됐다. 과거 일부 사업장은 임금 공개 법안에 저항했으나, 이제 대세가 역전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월급 공개에 관한 세대 간 인식 차이

리카르도 페레즈-트루길리아 캘리포니아 버클리 대학 조교수는 미국에선 오랫동안 월급에 관한 이야기가 무례한 주제로 여겨졌다면서 이는 소위 ‘몸값’에 관한 이야기로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페레즈-트루길리아 교수는 “평균적으로 임금은 직원이 그 직장에서 얼마만큼의 존재 가치가 있는지 보여주는 신호로 여겨졌다’면서 “그렇기에 월급에 관해 이야기하기 불편한 사람들이 있는 것도 놀랍지 않다. 이는 마치 학창 시절 성적을 묻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취업정보 및 기업 리뷰와 연봉 등을 공개하는 취업사이트 ‘글래스도어’의 수석 경제학자인 아론 테라자스도 이에 동의하면서 “불안감”을 언급했다.

즉 자신이 남들에 비해 과하게 혹은 적게 월급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평균에 벗어나는 사람이 될 텐데 누구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감 때문에 월급 공개를 꺼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증거가 젊은 세대는 개인 정보를 온라인에 공개하는 것에 대해 비교적 꺼리지 않는다고 가리킨다. 그리고 이러한 개인 정보엔 월급 또한 포함된다.

급여 형평성 분석 플랫폼인 ‘신디오’의 마리아 콜라쿠르시오 CEO는 “사회운동이 대부분 그렇듯 젊은 세대가 (급여 형평성의) 길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유명 비즈니스 전문 플랫폼인 ‘링크드인’의 시장 조사 결과 ‘급여 공유가 급여 평등 개선에 기여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에 Z세대의 80% 이상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 1990년대 후반 출생)에서 또한 75%가 같은 응답을 하면서 크게 떨어지지 않는 비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나이가 많아질수록 찬성 비율은 떨어졌다. X세대(1960년대~1980년대 출생) 중엔 47%가, 그 이전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1940년대 중반~1960년대 초반)는 28%만이 찬성했다.

윌리엄스의 틱톡 활동 또한 이러한 조사 결과와 일치한다는 주장이다.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길을 걷다 직업과 월급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공개할 가능성이 훨씬 크며, 남성보단 여성이 더 많이 공개한다.

임금 투명성이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나?

윌리엄스처럼 임금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성별 및 인종 간 임금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믿는 이들도 있다.

실제로 미국의 노동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이 1달러를 벌 때 82센트를 벌며, 유색인종 여성은 이보다 수입이 더 적을 때도 있다고 한다.

한편 미국에서 여행 작가로 활동하는 빅토리아 워커는 직장을 관두면서 후임자를 구한다는 구인 포스팅을 공유하면서 자신의 수입도 공개했다.

트위터 캡션: 빅토리아 워커가 “투명성은 공정성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올린 포스팅.

“제 후임자로 지원하실 분은 연봉 11만5000달러 이상에 사이닝 보너스(계약격려금), (뉴욕으로 이사와야 한다면) 리로케이션 보너스도 요구하세요. 솔직히 공개하면 전 107000달러를 받았습니다.”

워커는 직원들이 다시 힘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자 이러한 글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여행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많이 없다”는 워커는 “이 업계엔 급여 투명성이 별로 보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임금 공개가 성별 임금 격차로 이어진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실제 사례들 또한 존재한다.

일례로 2006년부터 덴마크 정부는 기업들에 성별 임금 격차를 공시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최근 조사에 따르면 성별 임금 격차가 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예로는 ‘전미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공공부문 임금 공개법이 시행된 이후 성별 임금 격차는 20~40%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학자인 테라자스는 임금에 관한 정보가 불투명하면 노동시장에서 근로자들이 그 적절성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즉 해당 임금 수준이 업무 경력 등 논리적인 근거에 기반한 것인지, 아니면 일반적으로 부당한 차별이라고 여겨지는 인종이나 성별에 근거한 것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임금 공개엔 잠재적으로 단점이 있을 수도 있다고도 경고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는 ‘임금 압축’과 같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금 압축’ 효과란 신입사원의 임금과 오랫동안 근무한 고숙련 노동자의 임금이 서로 비슷해져 결과적으로 근로자 간 임금 분포가 압축되는 현상이다.

캘리포니아의 새로운 법이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한편 비록 지난 90년간 미국 법은 근로자끼리 임금을 주제로 논의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일부 직원들은 회사의 눈치가 보여서 임금에 대해 말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올해 ‘글래스도어’와 ‘해리스 인사이츠 앤드 애널리틱스’가 함께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28%가 직장 분위기상 동료들과 월급에 관해 이야기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바로 작년만 해도 ‘애플’사는 이용약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며 업무용 메신저 ‘슬랙’ 중 일부 채널을 폐쇄했다. 해당 채널은 임금과 관련한 얘기가 이뤄지던 곳이었다.

또한 작년 1월 콜로라도주가 급여 투명성 법을 제정하자 일부 원격 근무지 고용주들은 콜로라도주 주민을 뽑지 않으면서 법망을 피하고자 했다. 이러한 행위가 너무 만연해지자 어느 콜로라도주 주민이 콜로라도 출신 지원자를 뽑지 않는 회사의 이름을 공개한 웹사이트를 개설할 정도였다.

[출처: BBC] 성별 및 인종별 시급 중간값(출처: 퓨 리서치 센터
[출처: BBC] 성별 및 인종별 시급 중간값(출처: 퓨 리서치 센터

그러나 더 많은 주에서 비슷한 법안이 통과되면서 기업이 임금에 관한 공개 담론을 피하기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이자 ‘애플’이나 ‘메타’와 같은 거대 테크 기업의 본사가 자리한 캘리포니아주의 임금 투명성 법안 또한 당장 내년부터 발효될 예정이다.

콜라쿠르시오 CEO는 해당 법이 시행되면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콜라쿠르시오 CEO는 “이제 더 이상 기업들은 ‘(콜로라도주에 그런 법이 있으면) 콜로라도주 출신은 뽑지 않겠다’는 식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면서 “이제 (미국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주인) 캘리포니아주도 임금 투명성 법을 마련하면서 기업들은 ‘그래, 이젠 준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틱톡커로 활동하는 윌리엄스는 급여 공개 활동이 커리어의 전환점이 됐다.

원래 수석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면서 11만5000달러(약 1억 6000만원)를 벌었던 윌리엄스는 틱톡 영상 제작에 전념하기 위해 직장을 관뒀다. 그리고 올해에만 15만달러를 벌어들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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