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Getty Images] 2020년 12월
[출처: Getty Images] 2020년 12월 “아쿠아 알타(만조)”가 나타나면서 물에 잠긴 세인트 마크 광장

2019년 11월 베니스에 커다란 홍수가 발생했다. 관측 기록 100년새 두 번째로 큰 홍수였다. 이로 인해 도시에서 가장 낮은 지역이자 가장 상징성이 큰 세인트 마크 광장이 물에 잠겼다. 전 세계 많은 언론이 보도할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당시 조수의 최대 높이는 187cm. 베니스의 80% 이상이 물에 잠겼고, 비상 사태가 선포됐다. 루이지 브루나로 베니스 시장에 따르면 당시 피해액은 10억 유로 규모였다.

베니스에서 일어난 홍수 중 가장 큰 것은 1966년 수위 194cm를 기록한 홍수다. 이로 인해 도시의 상점과 비즈니스 시설, 스튜디오의 4분의 3 이상이 심각하게 손상됐다고 한다.

이 두 차례 대형 홍수 사이에 50년이 넘는 시차가 있다. 하지만 최근 추세를 보면 또 다른 재난이 도래하기까지 반 세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어 보인다. 1923년부터 기록된 공식 수위 자료를 보면 지금까지 150cm를 넘은 것은 10여 차례. 그런데 그 중 5차례가 최근 3년간 일어났다.

맨체스터 대학 건축학부 교수인 샐리 스톤은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올라가면서 해수면 높이에 세워진 도시들이 모두 취약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중 하나인 베니스에선 지난 수세기 동안 해마다 수차례 ‘아쿠아 알타’와 맞물린 소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높은 수위의 발생 빈도가 전례 없이 빈번해지고 있다.

게다가 이런 상황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기온 상승폭이 산업화 이전에 비해 2도 이하로 관리되더라도 2100년 베니스의 해수면은 32cm 상승할 전망이다. 기온이 4도 상승하고 빙하가 대거 녹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2100년 베니스 해수면 상승을 180cm로 전망한다. 엄청난 피해를 입힌 2019년 홍수 때와 비슷한 수위다.

영국 리즈대학 교수인 나타샤 바로우는 “남극 및 그린란드 대륙 빙하와 산악 빙하가 계속 녹고 있기 때문에 향후 수십 년간 해수면은 계속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로우는 해수면이 조금만 높아져도 폭풍과 조수 및 파도의 최저 수위가 오르기 때문에 해안가에는 홍수의 강도와 빈도가 크게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Getty Images] 2020년 5월 테스트 과정에서 해수면으로 올라온 베니스 '모세의 방벽'
[출처: Getty Images] 2020년 5월 테스트 과정에서 해수면으로 올라온 베니스 ‘모세의 방벽’

해수면도 높아지지만, 베니스 자체도 가라앉고 있다.

스톤은 베니스의 건물 기반이 말뚝 시스템을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석호 아래 진흙 바닥에 길이가 긴 나무를 수직으로 밀어 넣어 기반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석호의 단단한 암반은 이 진흙보다 더 깊은 곳에 있기 때문에, 건물을 짓기 위한 차선책으로 점토층에 말뚝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이 불안정한 기반 위에 지어진 건물 상당수의 위치가 달라졌고, 그중 일부는 가라앉기 시작했다. 또한 이곳에서 진행된 지하수 추출로 상황이 악화돼, 지난 한 세기 동안 베니스는 약 15cm 내려앉았다.

문제는 서서히 진행중인 이 침몰에 대한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것이다. 스톤은 “지반 구조는 정교한 조치가 필요해서 많은 콘크리트를 기반에 심는 것은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훨씬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건물에 새로운 것을 장착하려면 미관도 심각하게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베니스와 관련해 여러 제안들이 나오고 있다. 영국 뉴캐슬 대학에서 기후 변화를 연구하는 교수 헤일리 파울러는 “물속으로 수로를 깊게 파면 홍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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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베니스가 해수면 상승을 억제하고 도시를 보호하기 위해 전력투구중인 게 하나 있다. 조만간 완성을 앞둔 모세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78개의 이동식 게이트(선박이 지나다닐 수 있음)를 사용해 해상에 방벽을 만든다. 각 방벽은 20m 너비이며 전략적 위치에 배치해 홍수 때 “해안 저지선”을 만들어준다.

이들 방벽은 평상시에는 잠겨 있다. 이 시스템을 구축중인 기업 ‘콘소르지오 베네치아 누오바’에 따르면, 물이 110cm 정도 상승했을 때 석호로 들어오는 물을 막기 위해 방벽이 떠오른다.

그런데 모세 프로젝트가 걸어온 길은 순탄치 않았다. 1992년에 처음 고안되었지만, 이후 사업 지연과 비용 상승에 시달렸다. 2003년에서야 2011년 완성을 목표로 건설이 시작됐다. 이후 2020년에 처음으로 활성화되었고, 아직도 완전히 작동되지는 않는다. 현재는 2023년에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총 예산은 80억 유로에 달할 전망이다. 초기 계획 47억 유로보다 훨씬 늘었고, 향후 방벽을 운용하는 데도 막대한 재정적 부담이 예상된다. 콘소르지오 베네치아 누오바는 방벽이 한 번 올라올 때만 32만3000유로가 든다고 설명했다.

[출처: Getty Images] 모세 프로젝트는 베니스를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보편적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
[출처: Getty Images] 모세 프로젝트는 베니스를 보호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보편적 바람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는 완벽한 해법이 아니다. 큰 수위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것이라, 세인트 마크 대성당 같은 저지대의 홍수는 막을 수 없다. 모세의 방벽은 수위가 110cm에 도달하면 상승하지만 세인트 마크는 90cm 정도 수위에도 물바다가 된다.

베니스의 문제를 파악하고 대처하기 위한 비영리단체 ‘위 아 히어 베니스’의 공동 설립자인 제인 다 모스토는 “고도의 설계로 커다란 임팩트를 가졌지만 많은 이들이 지나치게 복잡하다고 생각하는 해법이 채택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방벽이 막아주는 건 극단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도시 및 다른 섬들의 홍수입니다. 평균 수위가 점점 높아지면서 일어나는 만성적인 피해로부터 도시를 보호하려면 다른 조치들이 또 필요해요.”

매사추세츠의 우스터 폴리 테크닉 연구소 소속 교수이자 ‘베니스 프로젝트 센터’의 설립자인 파비오 카레라는 방벽을 자주 올리면 석호가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벽이 자주 올라가면 하수가 석호에 갇히게 되는데, 이는 청결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카레라는 “모세의 방벽은 100년 정도 효과를 발휘하겠지만 결국 네덜란드식 해법이 도입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식 해법은 ‘델타 프로젝트’를 말한다. 델타 프로젝트는 1997년부터 네덜란드에서 운영된 홍수 관리 시스템으로 13개의 댐과 수많은 제방, 장벽, 수문 등으로 홍수를 조절했다. 네덜란드 홍수 박물관에 따르면, 이 시스템이 보호하는 지역에서는 4000년에 한 번 홍수가 발생할 정도로 매우 효과적인 시스템이다.

카레라는 비슷한 공사를 통해 베니스의 홍수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린다. 델타 프로젝트는 완료까지 거의 50년이 걸렸고 약 70억 달러가 들어갔다. 전체 댐 길이는 30km로 모세 프로젝트보다 18배나 더 길다. 카레라는 “모세의 방벽을 일으켜 세우고 작동시키는 데 40년이 걸렸기 때문에, 더 먼 미래에 대한 구상을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당장 궁극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하죠.”

런던 그랜섬 기후변화 연구소 기후변화 대응 연구 책임자인 스웬자 서민스키도 현재의 결정이 베니스의 미래를 좌우할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특히 베니스와 같은 곳에서는 미래를 구상하는 관점에서 홍수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며 “10년, 20년, 50년 후에 도시가 어떻게 되길 원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했다.

[출처: Getty Images] 베니스 대운하를 따라 줄지어 선 건물의 60%가 보트의 너울로 피해를 입고 있다
[출처: Getty Images] 베니스 대운하를 따라 줄지어 선 건물의 60%가 보트의 너울로 피해를 입고 있다

그러나 베니스의 문제는 해수면 상승과 홍수만이 아니다.

물은 베니스의 가장 큰 매력이자 가장 강력한 적이다. 베니스는 물 위에 지어졌고 물로 둘러싸여 있다. 그 덕에 베니스는 최고의 항구가 됐고, 해마다 수백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다.

하지만 도시와 지역 생태 보존 측면에선 물이 문제다. 너울이라는 뜻의 ‘모토 온도소’는 이곳에서 보트로 인해 생긴 파도를 말한다. 베니스 대운하를 따라 늘어선 베네치아 건물의 60%가 겪고 있는 침식에 부분적으로 책임이 있는 게 바로 이 모토 온도소다.

이러한 피해는 건물과 도시의 석조 기반을 약화시킨다. 또한 도시에 유지 보수에 들어가는 비용을 늘려 홍수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베니스의 물질 문화와 건축 환경을 전공한 매사추세츠 애머스트 대학 교수, 모니카 슈미터는 “베니스는 늘 많은 유지 보수 및 예방 조치가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조치가 지속적으로 취해지지 않으면 문제가 생겼죠.”

건물 침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시도가 이미 시작되기도 했다. 2021년부터 크루즈선은 도시 내 역사적인 중심 지역으로는 진입하지 못하게 됐다.

그러나 부족하다. 다 모스토는 “내가 내일 당장 한 가지 변화를 만들 수 있다면, 베니스의 운하를 순환하는 모든 구식 디젤 수상 버스와 화물 바지선을 하이브리드 전기 엔진으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한 움직임도 있다. 전기 수중익선 보트를 만드는 스웨덴 회사 ‘칸델라’가 베니스의 석호에서 초기 시험을 수행한 것이다.

칸델라의 커뮤니케이션 담당자 미카엘 말버그는 자사의 보트가 기존 제품보다 80%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물위를 고속 주행한다고 말했다. “수중익선이라는 의미는 동일한 크기의 기존 보트가 최대 1m의 너울을 만드는 것에 비해 우리 보트는 약 5cm의 작은 물결을 만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카레라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이 보트가 도입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수중익선 보트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특정 속도에 도달할 수 있어야 하는데, 베니스에서 이 속도는 불가능할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지켜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슈미터는 모터보트를 금지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법으로 모든 보트의 속도를 제한하는 것이 있다. 하지만 베니스의 뱃사공들은 오랫동안 속도 제한을 풀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 현재는 너울 피해를 막기 위해 보트의 최대 시속은 11km로 제한되어 있다. 그런데 일부에선 이 기준이 너무 높다고 하고, 일부는 이를 아예 무시하기도 한다.

[출처: Getty Images] 여름 성수기 베니스에는 관광객이 현지인보다 두 배 더 많아진다
[출처: Getty Images] 여름 성수기 베니스에는 관광객이 현지인보다 두 배 더 많아진다

베니스는 필사적으로 이러 문제에 대한 지역 고유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일각에선 사시사철 관광객이 넘쳐나는 이 도시에서 주민들이 해법을 찾도록 숨 돌릴 시간과 비용을 제공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한다.

실제로 2019년 베니스를 찾은 관광객은 약 550만 명이다. 베니스 주민수인 5만5000명의 100배다. 비슷한 규모의 관광객이 마드리드와 모스크바를 찾았지만, 두 도시는 면적도 훨씬 넓고 각각 670만 명과 1260만 명의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반면 여름 성수기 베니스에선 관광객이 현지인보다 곱절로 많아진다.

다 모스토는 베니스 관광과 관련해 세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경제가 관광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것, 관광이 지역 인프라에 광범위한 피해를 주는 것, 그로 인해 인재 유출이 일어나는 것이다.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베니스를 떠나는 ‘인재 유출’은 특히 베니스의 심각한 문제다. 카레라는 문제 해결에 필요한 사람들이 베니스 밖으로 가기에 베니스의 쇠퇴가 더 빨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도시와 국가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해당 지역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만든 맞춤형 해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베니스 라군 플라스틱 프리’는 베니스 주민들이 도시를 위해 머리를 맞댄 사례다. 이 비영리 단체는 운하와 석호의 물 샘플을 채취 및 분석해 물의 오염 물질 수준을 알려준다. 공공 식수 지도를 만들어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는 캠페인과 수질 개선을 위한 청소 활동도 하고 있다.

이 사례는 베니스를 보호하려면 이곳과 인적으로 얽인 이들이 정말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카레라의 말처럼 모세 프로젝트가 석호를 파괴한다면, 적절한 해법을 찾는 데는 이곳을 잘 아는 이들이 꼭 필요할 것이다.

한편 베니스 시 당국은 2023년부터 일일 방문객에게 5유로의 비용을 부과할 계획이다. 일일 관광객을 줄여서 주민들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러나 살고 싶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수 있는 베니스를 위해서는 다른 가시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카레라는 도시가 스타트업, 특히 환경에 중점을 둔 스타트업의 거점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니스는 해안 및 수자원 관리 기술 개발에 관심이 있는 이들을 위한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어요. 이게 장기적으로 베니스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베니스의 문제는 베니스에서 가장 잘 해결될 것입니다. ”

다 모스토는 베니스가 여러 문제에 직면해 있지만, 도시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낙관했다. “베니스는 놀라운 도시이자 영감의 원천입니다.”

어쩌면 베니스에 대한 전 세계의 사랑이 이곳을 지키기 위한 변화를 촉발시킬 수도 있다. 카레라는 “세계가 베니스를 그냥 사라지게 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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